[기자수첩] 신한금융, 순익 1조원 '빛바랜 실적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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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한금융, 순익 1조원 '빛바랜 실적왕'
  • 김일권 기자 ilkw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8월 04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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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일권 기자] '5년 연속 상반기 순익 1조원 달성'

자산규모 국내 3위인 신한금융이 최근 받아든 성적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동부제철, 팬택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때마다 그룹내 맏형인 신한은행은 제 몫 챙기기에 바빴고 이같은 행위가 실적 호조에 일조했기 때문이라고 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달 7일 동부제철과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합의했다. 자율협약은 채권단 100%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한은행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신한은행은 신규지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율협약에 동의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한도성대출에 대한 여신금액을 확정할 때 한도 기준이 아닌 잔액 기준으로 하자는 것이 신한은행이 제시한 조건이다. 한도성대출이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은행이 기업에 100억원의 한도를 주면 기업이 필요할 때마다 한도 내에서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형태의 여신이다.

일반적으로 자율협약시 여신금액을 확정지을 때 한도를 기준으로 하지만 신한은행의 제안으로 잔액 기준으로 하게 된 것. 즉 한도가 100억원이더라도 기업이 실제로 빌려간 잔액이 10억원이면 10억원만 여신으로 인정이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조건을 달고 자율협약 전까지 동부제철이 빌려간 한도성대출의 일부를 급하게 회수했다. 잔액을 줄여 신규자금 지원 규모를 낮추려는 꼼수를 쓴 셈이다.

팬택을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팬택이 작년에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이후에도 또다시 유동성 위기가 오자 채권단은 신규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신규지원 금액이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같은 '보신주의'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손해를 줄이고 더 많은 이익을 내려는 것은 기업이 갖고 있는 당연한 본능이다. 또한 신한은행의 주장대로 어찌보면 다른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잘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행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봐서는 안된다. 은행은 국민들의 예금을 받아서 대출장사를 한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각종 규제로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이같은 이유로 부도위기 때마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어느정도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셈. 따라서 은행에 공익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금융기관'이라 부르고 있다.

신한금융이 실적왕으로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같은 주변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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