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배고픈 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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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배고픈 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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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stimes.com

2014.07.16

 

아직도 배고픈 손정의

 

 

1년 전 손정의가 미국 스프린트 넥스텔을 사들일 때만 해도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워낙 많은 M&A를 진행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미국 4위 통신사인 T모바일을 스프린트에 합치기로 하고 모회사인 도이치텔레콤과 마무리 작업중이라는 소식에는 많은 이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1억5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글로벌 2위의 대형통신사로 올라서게 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가입자 10억명을 돌파하겠다는 손정의의 목표가 꿈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 1위 중국의 국영차이나모바일(7억명)을 제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5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이 성사돼 스프린트와 T모바일이 합쳐지면 또 하나의 거대한 '통신제국'이 탄생한다.
 
19살 때 만든 무명의 소프트웨어 유통회사가 이렇게 세력이 커질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오직 손정의 그 자신만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부동의 일본대표 주자 NTT 도코모를 따돌렸다. 스파링 상대가 없어진 일본을 벗어나야만 했다. 미국 통신시장 장악을 위해 나선 출정 길, 평정은 이제 마무리 단계다.
 
손정의가 누구인가. 제일교포3세로 온갖 차별과 멸시를 견뎌내야 했던 불운한 청년이었다. 불고기집과 허드렛일 외에는 교포들에게 변변한 직업을 허락하지 않았던 일본사회에서 수많은 갈등을 삭이고 자란 주인공이다. 정체성을 찾아 헤매었던 사춘기의 방황. 염세주의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던 시간들. 거기서 머물렀다면 오늘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기업하려면 귀화하라는 일본사회의 압력에 맞서 족보에도 없는 한국성 '마사요시 손'을 고집하며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던 투혼이 맺은 열매다.
 
한없이 흔들리 던 청년이 이어낸 도전이어서 더 빛이 난다. 이제는 세계 기업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제2의 스티브 잡스나 불타는 기업가 정신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다. 40대에 승부를 걸고 50대에 마무리해 60대에 다음세대에 물려주겠다는 그의 설계대로라면 통신제국은 예정된 승부수다.
 
손정의는 사카모토 료마를 접하고 인생이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오늘의 선진 일본이 시작된 전환점. 그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목숨을 거는 기개로 메이지 유신을 이끌어낸 장본인. 사무라이 정권을 끝장내고 개방으로 나가지 못했더라면 눈부신 일본의 현대사는 없었을 것이다. 료마는 일본혁명을 완수하고 33살에 타살되었다. 손정의는 아직도 그의 집무실에 료마의 대형 걸개초상화를 걸어놓고 마음을 다잡는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는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하늘이 준 운명에 내 모든 것을 얼마나 깊게 불태웠느냐가 중요하다".
"크게 두드리면 큰 답이 나올 것이고 적게 두드리면 적은 답이 나올 것이다". 료마의 인생관은 손정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번뿐인 인생 료마처럼 살고 싶다"며 자신과의 약속을 확인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한번 해보기는 했어?"의 정주영과 집요한 창의력으로 삼성을 일궈낸 이병철이 있었다. 영일만 버려진 땅에 세계 최대의 제철소를 세운 박태준이 있었다. 이만큼 먹고 살게 된 토양을 일구려고 피를 토하던 선대들이 있었다.
 
부끄러운 추문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계열사 하나라도 서로 더 차지하려고 다투며 법정을 오가는 후대들의 모습은 우리의 기업가 정신이 아니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머물면 스러지는 것이 세상사의 진리다. '불타는 투혼' 과 '목숨을 건 승부' 가 없다면 기업보국은 한 여름밤의 꿈이다. 작은 승리에 도취되어 기분 내고 산다면 성공한 기업의 역사는 짧은 쾌락으로 막을 내릴 것이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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