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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천재가 된 홍대리’ 저자 김만기 숙명여대 교수

“도시 하나가 작은 나라와 맞먹어…지역별 세분화된 중국 전문가 1만 키워야”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기사 출고: 2014년 07월 07일 오전 7시 37분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수천 년간 땅을 이웃하고 살아왔고 숱한 교류와 마찰을 거듭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연구가 이렇게 부족한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한∙중 양국에서 정평이 난 ‘중국 투자 전문가’ 김만기 교수는 중국에 대한 피상적, 거시적인 시각을 벗어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어렵고 딱딱한 경영서 대신 소설 방식을 택했다.

‘홍대리 시리즈’로 유명한 다산북스와 손잡고 ‘중국 천재가 된 홍대리’시리즈를 최근 출간했다. 사업가로, 작가로, 그리고 숙명여자대학교 겸임 교수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그를 직접 만나 ‘중국 수다’를 나눠봤다.

◆ 무일푼으로 중국 땅 밟았다 북경대 최초 한인 유학생으로…

Q. 무일푼, 혈혈단신 중국으로 건너갔다.

==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군대를 다녀온 후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국내에서 공부할 것이냐, 해외에서 할 것이냐. 미국을 갈까도 생각했었지만 당시에도 워낙 많은 미국 유학생이 있었기에 나만의 차별화가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마침 한∙중수교가 이뤄지면서 중국의 문이 열렸고 어려서부터 삼국지를 읽으며 그 ‘의리의 세계’를 동경했던 것도 중국을 택한 배경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곳에서 시작하면 어려운 만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했고 어려서부터 도전정신이 강해서인지 돈이 있어야만 유학을 간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방 하나 둘러메고 중국행 배에 올랐죠.

Q. 중국어도 전혀 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적응이 쉽지 않았겠다.

== 중국과 한국이 비슷할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다른 점이 많습니다. 특유의 향 때문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죠. 한 입 먹고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간 일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온 탓에 사고방식도 다릅니다.

언어는 말 그대로 ‘길거리 중국어’를 했습니다. 일단 몇 소절씩 무조건 암기하는 거죠. 가령 ‘당신은 결혼했습니까’라는 문장을 배우게 되면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그 말을 썼습니다. 입에 붙을 수 밖에 없죠.

중국인들은 우리 생각보다 외국인에게 호의적이며 오픈 마인드를 가졌습니다. 노천카페나 음식점에서 싼 맥주 한 병을 시켜놓고 사람들과 함께 얘기 나누는 과정을 거치며 언어가 늘었습니다. 어느 나라의 언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몸으로 부딪혀 배워나가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Q. 북경대 최초의 한국인 유학생이 됐다.

== 북경대학에 ‘미명호’라는 호수가 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해서 ‘미명호’입니다. 우연히 북경대학을 구경갔다 그 아름다움에 압도당했습니다. 여기를 오기 위해 내가 그 동안 그렇게 힘들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북경대를 목표로 공부, 첫 한국인 유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아내도 거기서 만났고요.

Q. 많은 경영서 중 ‘홍대리 시리즈’를 선택했다.

== 영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한 교수님께서 “어려운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니 보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기억에 크게 남았습니다. 잘 알기 때문에, 잘 아는 사람만이 쉽게 풀어 쓸 수 있다는 거죠. 중국에서 사업하고 공부하는 분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중국에 대해 쉽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가뜩이나 중국에 대해 무겁게 느끼는데 글까지 무거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소설로 푸는 중국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Q. 중국이라면 ‘관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중국은 ‘법치’가 아니라 ‘인치’입니다. 자리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고용을 할 만큼 사람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빈 자리가 없어도 좋은 사람이 생기면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중국기업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맥’과는 다른, 사람 네트워크를 최고로 여기는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일들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이뤄집니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우리의 상상 밖입니다. 이게 ‘관시’의 힘인 거죠.

그래서 사업이든 뭐든, 사람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빽’이나 ‘뒷거래’ 정도로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중국에서 관시는 사람에 대한 장기적 미래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 닥쳐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하는 건 ‘얕은 관시’, 즉 ‘기브 앤 테이크’죠. 장기적으로 제대로 된 관계를 형성하려면 ‘깊은 관시’가 필요합니다. 

Q. 깊은 관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나.

== 어디나 그렇듯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겠죠. 상대를 활용하기 위해 조건과 배경을 먼저 보면 상대도 이를 알아채게 됩니다. 오래 숙성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진심을 다해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간 중국에 진출해 일했던 이들은 내가 얕은 관시만을 쌓아온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결코 사람과의 관계에서 한국식으로 ‘빨리빨리’는 안됩니다. 중국식 ‘만만디’가 필요합니다.

Q. 중국소비자들의 특징이 있다면. 최근 중국시장의 큰 이슈는 어떤 게 있나.

== 저렴한 가격을 절대적으로 여기던 경향을 뒤집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습니다. 바로 ‘환경’과 ‘안전’입니다. 멜라민 분유 파동을 겪으면서 자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습니다. 안전이 키워드가 된 거죠. 따라서 지금이 중국에 진출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명품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본은 원전 사태 이후로 신뢰도가 떨어졌죠.

중국의 유명 로펌에 근무하는 한국 변호사에게 들은 얘기입니다. 한국을 다녀오려는 그에게 동료 변호사들이 부탁한 건, 좋은 선물이 아닌 오직 ‘분유’였다고 했습니다.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중국에서는 우유를 절대 먹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믿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제품의 안전성과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로 미뤄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중국은 더 이상 인건비가 저렴해 제품 제조에 적합한 제 3세계가 아닙니다. ‘Made in China’가 아닌 고급화된 그들의 눈높이를 겨냥한 ‘Made for China’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할 때죠.

Q. 섣불리 진출했다 철수하는 기업들이 많다.

== 우선 정책에 대한 모니터를 바탕으로 정책 변화를 잘 따라가야 합니다. 일례로 산아제한 정책이 풀리면서 유아동복 업체들은 호조를 만났지만 시진핑 정권에서 부정부패를 엄단하겠다고 나서면서 고급 선물로 여겨지던 프리미엄 제품들을 생산하는 회사나 5성급 호텔 산업에는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자본주의화가 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절대적으로 관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큰 만큼 이를 예의주시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문화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식품업체를 예로 들면, 중국 사람들은 라면을 끓여 먹지 않습니다. 또 지역별로 식문화가 천차만별인데 그런 세분화된 연구가 부족합니다. 그들의 문화를 바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든지, 혹은 철저히 현지화를 시키든지 그런 명확한 전략들이 세워져 있어야 합니다. 지금 중국이 한창 부흥하는 시장이니 진출만 하면 무조건 잘될 거라는 생각만 가지고서는 안됩니다.

◆ “기업들 ‘한류 이후’를 생각할 때…세분화 된 1만 인재 양성해야”

Q. 현지에서 느끼는 한류열풍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실제로 거센가.

== 뜨겁습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행처럼 지나갈 ‘한류’의 ‘다음’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한류 열풍으로 얻어진 인기와 이미지는 기업들에 주어진 일시적 보너스 같은 것입니다. 언젠가 이 트렌드가 바람처럼 지나간 후에 어떻게 지금과 같이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Q. 중국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지.

== 지역별, 업종별, 산업별로 ‘디테일 차이나’가 돼야 합니다.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는 너무 거시적으로만 접근했습니다. 중국의 도시 하나는 작은 국가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땅에 소수민족이 모여 이뤄진 국가입니다. 지역별로 문화와 풍습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96배가 되는 규모의 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으려면 중국 전문가를 적어도 1만명은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중국 관련 세분화 된 지식을 가진 1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들이 지금 차세대 사업을 생각하는데 중국 하나만 잘 연구해도 우리가 수십 년은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 우리와 바로 붙어있습니다. 지역적 거리나 동·서양의 문화 차이 때문에 중국으로의 직진출을 어려워하는 유럽 기업들도 많습니다. 이런 곳들과 손을 잡아도 될 것이고…. 중국만 잘 공부해도 우리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Q. 중국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 우리 국민들은 중국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거나 무시, 혐오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무시할 대상도 두려워할 대상도 아닙니다. 함께 커나가야 할 곳, 우리의 미래 중 하나입니다. 중국에 대해 누구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겪은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체계적으로 공부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 김만기 교수는?

중국 베이징대학 학사, 영국 런던대학 석사, 한국외국어대학 박사를 거쳐 ‘랴오닝하이리더투자개발’ 대표를 맡고 있다. 헤럴드 차이나 대표를 역임했으며 중소기업진흥공단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 전문위원,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거쳤다. 중국 지방정부 경제고문을 맡았으며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2011년에는 ‘20대에는 사람을 쫓고 30대에는 일에 미쳐라’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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