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빠진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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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빠진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아쉽다
  • 여헌우 기자 yes@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6월 23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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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주객전도(主客顚倒).

주인이 손님처럼, 손님이 주인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다. 사물의 경중이나 완급 또는 중요성에 있어 주되는 것과 부차적인 것이 뒤바뀜을 비유한다.

최근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 여부가 국내 완성차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살 때 보조금을 받고, 많은 차를 사면 부담금을 내는 제도다. 환경부가 배출가스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기획, 내년 1월 도입하기로 했다.

잡음이 많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환경부는 결국 제도 도입 여부를 재검토하며 타협점을 찾기로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빠져있다는 점.

부담금을 내야 하는 주체가 소비자임에도 소비자 의견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업체들은 국산차가 '역차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가솔린과 중·대형차 비중이 높은 특성상 탄소 배출량이 많아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비교적 탄소 배출량이 적은 수입차 판매에 유리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과 직결되는 판매량이 줄까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고연비의 친환경 차를 보조금까지 받으며 구입하는 등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관심 밖인 상황이다.

정부 역시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기관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고 답한 소비자는 전체의 34% 수준이었다. '자세히 알고 있다'고 말한 소비자는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여부와 관련해 이달 열린 공청회에도 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해 줄 소비자단체 등의 이름은 참가 명단에 없었다.

도입을 강행하려는 환경부와 이를 반대하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의견만 팽팽히 맞섰다. 세수 확보 등 부처간 이익만 따지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을 두고 기업은 기업대로, 부처는 부처대로 자기 주장만 펼치는 사이 2년이 흘렀다. 합의점 없이 소모적 논쟁만 계속된 이유를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기업과 부처간의 의견차가 힘겹게 좁혀지더라도 소비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논의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배제된 '논의를 위한 논의'. 많이 불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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