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권리 찾기 '싸움닭'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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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권리 찾기 '싸움닭'도 괜찮다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6월 09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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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이유도 모른 채 당신이 탄 고속버스의 출발이 1시간이나 지연됐다.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 버스는 난폭운전을 했고 당신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길에 버려진 1시간과 홀대받은 '안전할 권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는 타입인가? 

시시비비를 따져 책임소재를 가려내야 하고, 잘못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업체들을 상대로 언성을 높여야 하는 성가심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사실 '소비자'로서의 기자는 위와 같은 일을 겪고도 따져 묻기를 관두는 편에 속한다. (직업상 숱하게 겪어본) 일련의 불쾌한 마찰 과정이 빤히 눈에 보여서다. 그저 운이 나빴다고 여기고 만다.

일을 하다 보면 소비자 제보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들은 '운이 나빴다'는 생각을 넘어,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졌다. 

대개 언론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기업과의 소통이 벽에 부딪혔다는 증거다. 소비자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들 하지만 일선에서 몸소 느끼는 그들의 힘은 아직 미약하다.

소비자응대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업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반하장 식의 대답이나 해결책을 내놓는 곳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 패션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분쟁을 취재할때 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이런 식(언론에 제보하는 것)으로 나오는 건 소비자에게도 좋을 게 없다." 

'갑'이 '을'에게 경고를 보내는 듯한 어조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럴 경우 소비자는 더더욱 '싸움닭'이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언론, 한국소비자원, 시민단체와 같은 조력기관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안에 따라 법적 대응도 불사하는 등 어렵고 외로운 과정을 겪어내야 한다.

어쩌면 가장 큰 걸림돌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사회 전반의 인식일지도 모른다. '별 것도 아닌 일로 내가 유난을 떠는 건 아닐까?'하고 스스로를 검열해보게 만든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사람에겐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과 이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언론사에 억울함을 제보하기까지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아직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보호받기 위해서는 똑똑한 '싸움닭'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소비자 권리를 찾는 일에 '사소한 것'은 없다는 믿음이다. 우리는 성심껏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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