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고기 잡으려 연못 물 다 퍼낸 LG유플러스
상태바
[기자수첩] 물고기 잡으려 연못 물 다 퍼낸 LG유플러스
  • 민경갑 기자 mingg@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4월 28일 07시 38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민경갑 기자] 갈택이어(竭澤而漁).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눈앞의 이익만 보고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비유한다.

최근 LG유플러스의 단독 영업기간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말 기준 이동통신 3사의 시장점유율은 SK텔레콤 50.42%, KT 29.86%, LG유플러스 19.72%로 집계됐다. 경쟁사 KT의 단독영업이 시작되는 시점인 지난 27일 전까지 업계 3위로서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내부에서 쏟아져 나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음성통화, 문자, 데이터 등을 실부담 기본료 6만원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선도적인 서비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잡겠다는 의지였다.

경쟁사들이 유사 요금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가입자 확보 측면에서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것으로 파악됐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LG유플러스의 마음이 다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단독 영업기간 종료를 앞두고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 카드를 던졌다. 

팬택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를 제조사 동의 없이 40% 가까이 떨어뜨린 것. 팬택 입장에서 판매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매출은 감소할 수 있는 상황. 전략적 '승부수'보다 '무리수'에 가까웠다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졌다. 사업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간에는 신뢰에 금이 가게 됐다.

출고가를 두고 협상이 이어졌지만 결렬됐다.

LG유플러스는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 인하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팬택의 반발로 1주일 만에 판매중단을 결정했다.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대외적으로 발표했다 다시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한 셈이다. 

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하고보자'식의 마케팅 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통사들의 가입자 유치경쟁이 날로 치열해져 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의 모습이 때로는 안쓰럽다는 의견들도 있다. 그럼에도 단독 영업기간 단기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이 근시안적인 판단 실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피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LG유플러스가 영업 실적이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연못 물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