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소비자는 '이미 잡은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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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소비자는 '이미 잡은 물고기'(?)
  • 이지연 기자 j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4월 14일 0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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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지연 기자] "어항 속 물고기에 미끼 던지는 거 봤습니까?"

국내 보험사들의 '이미 잡은' 계약자(기계약자)에 대한 관리 부실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니가 발표한 '2014 세계 보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험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30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1위에 오른 미국 보험소비자의 만족도가 51%에 달한 반면 한국 보험소비자의 만족도는 15%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은 전체 민원 총 3만9000건 가운데 1만9000건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보험상품에 이미 가입한 기계약자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식의 고객관리가 횡행한다는 얘기다.

한국 보험소비자들이 이렇듯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데에는 설계사 채널의 수수료 지급 체계 탓이 적지 않다.

국내 보험사들은 계약이 성사된 초기에 설계사에게 수수료(설계수당)의 대부분을 지급하는 선취수수료제를 택하고 있다.

계약이 체결된 첫 달에 회사와 상품에 따라 전체 수수료에서 적게는 70%, 많게는 90%를 미리 지급한다.

이러한 선취수수료제는 설계사들의 낮은 정착률 문제와도 연결된다. 2012회계연도 기준 보험설계사의 13개월차 평균정착률은 34.2%였다.

3분의 2에 해당하는 설계사들이 선취수수료를 챙기고 일을 시작한지 1년만에 타사로 이직하거나 관련 업종을 그만두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담당 설계사를 잃은 기계약자들은 '고아계약자'가 되거나, 설계사의 변경으로 인해 부실 관리 대상에 오르기 쉽다.

보험사 한 곳에 대한 근속연수가 긴 설계사일지라도 수수료를 초기에 몰아서 받다 보니 '헌' 계약자에 대한 관리 의무를 갖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수수료분급비중 개정안과 설계사 이력관리제 등을 내놓은 상태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설계사의 초기에 지급받는 설계사의 수수료 비중을 축소시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품 계약 첫 달에 받는 설계수수료 비중은 내년 60%, 2015년 50%로 단계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보험설계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취지의 '이력관리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력관리제는 보험설계사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지표로 설계사의 위촉 업무, 모집 조직 관리 및 내부 통제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큰 보험설계사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거나 보험상품에 대한 설계사의 전문지식을 높이고자 회사별로 내부 자격제도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도 이어진다.

보험은 장기상품의 성격이 강하다. 가입자 개개인의 인생 주기에 맞춰 상품 설계가 들어가기 때문에 보다 적합한 설계를 받고자 설계사 채널의 영역이 필요한 것이다. 보험설계사가 'FP'(Financial Planner)뿐만 아니라 'LP'(Life Planner)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 고착된 관행들로 '인생 설계사'의 본분이 퇴색되는 경우가 적잖게 지적돼 안타까울 뿐이다.

국내 최초 보험사가 올해로 92년 역사를 썼다.

보험업계가 이제껏 상실해 온 보험소비자 만족과 신뢰를 금융당국의 선제적 제도 정비와 회사측의 자구적 노력으로 재건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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