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글로벌 '경량화'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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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글로벌 '경량화' 외면하나
  • 여헌우 기자 yes@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3월 31일 0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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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는 '경량화' 경쟁이 치열하다.

환경 규제 강화와 연비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차량 무게를 100kg 줄이면 기름을 100km당 0.3~0.5L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업계 화두가 '친환경 고연비'인 만큼 업체들은 신소재 사용과 설계 혁신과 같은 방법을 총동원해 경량화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철 대신 알루미늄, 플라스틱, 탄소 섬유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BMW의 뉴 X5는 마그네슘 소재 적용을 통해 이전 모델에 비해 90kg의 경량화에 성공했다.

전기차 i3 등에는 항공산업과 같은 곳에 사용되는 신소재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적용해 무게를 줄였다. 3시리즈 쿠페보다 차체가 커진 4시리즈 쿠페도 무게는 45㎏ 내려갔다.

아우디와 랜드로버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여가고 있다. 폭스바겐은 설계 혁신을 통해 무게를 줄여나간다. 특히 신형 골프는 이전 모델에 비해 100kg 이상 무게를 감량해냈다.

다만 현대자동차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작년 회사의 신기술을 집약시켜 야심차게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는 구형에 비해 무게가 150kg 늘었다. 결국 연비가 감소했다.

최근 출시된 LF쏘나타 역시 무게가 이전 모델에 비해 45kg 증가했다. 

경량화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쏘나타에는 예비 타이어 대신 타이어 수리키트를 넣는 등 무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그럼에도 무게가 늘어난 것은 '초고장력강판' 사용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 초고장력강판은 일반 철에 비해서는 가볍고 튼튼하지만 알루미늄과 같은 소재보다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회사는 이를 통해 '가볍고 튼튼한' 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측은 같은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있기 때문에 경쟁 업체보다 철 공급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자칫 '자승자박'의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계열사의 철 소비를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시각이 편협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계열사를 위해 초고장력강판에 몰두하느라 다른 기술 개발에 소홀해지는 위험부담이 생길 수 있다. 경량화 경쟁에 뒤쳐지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초고장력강판을 적용해 선보인 신차들이 모두 경량화에 실패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량화에 역행할 필요도, 1가지 대안에만 집착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방식의 기술 제휴로 신소재 개발과 구조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업체들과 한배를 타지 않았다가는 훗날 홀로 헤엄쳐서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 기술 개발에 뒤쳐져 경쟁사에 품질에서 밀리면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외면할 것이다.

'초고장력강판'에만 잡착 하지 말고 경량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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