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 "전공책 한 권도 무겁다고…" 여성비하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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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스포츠 "전공책 한 권도 무겁다고…" 여성비하 '시끌'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3월 25일 0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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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의존∙수동적 존재로 묘사 "신중했어야…죄송하다"
   
▲ 코오롱스포츠 오지탐사대 모집 광고 (사진=홈페이지 캡처)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코오롱스포츠가 오지탐사대 모집을 취지로 기획한 광고에 여성비하적 문구가 사용돼 시끄럽다.

'전공책 한 권도 무겁다고 오빠 부르던…'이라는 표현이 남성에게 의존하는 수동적 존재로 읽히면서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오지탐사대 단원 모집에 여성비하 문구 '빈축'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18일부터 오지탐사대 단원 모집을 시작하면서 공식 홈페이지를 열었다.

해당 행사는 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하고 문화관광부와 코오롱스포츠가 후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진취적 기상과 글로벌 리더십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문제는 'ㅋㅋㅋ 전공책 한 권도 무겁다고 오빠 부르던 네가 오겠다고?'라는 광고문구. 여성을 주체성 없는 남성 의존적 존재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수치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국내 산업계에 그간 꾸준히 불거져 왔다.  

지난 2012년 웅진식품이 음료 '하늘보리'를 홍보하면서 '날은 더워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라는 옥외광고를 내걸어 한차례 홍역을 치렀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 역시 '신상 명품백을 득템하는 토탈솔루션, 남친을 사귄다'라는 방송광고로 뭇매를 맞았었다.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여성을 낮잡아 일컫는 '된장녀' 프레임을 대기업이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당시 소비자들의 질책이 거셌다.

소수의 잘못된 습성을 전체 여성의 행동으로 일반화 시키는 것은 물론, 여성을 수동적이고 무력하게 표현했다는 것. 코오롱스포츠의 이번 광고와 시각이 맞닿아 있다. 

여성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난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코오롱을 직접 비난하는 댓글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코오롱스포츠 광고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낙오자가 발생하기 쉬운 오지탐사의 어려움을 위트 있게 표현, 도전정신을 자극했다는 '옹호의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스펙을 쌓겠다는 마음에 큰 각오 없이 지원하는 젊은이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문구"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명백한 '여성비하'라는 입장이다. 

◆ "전형적 성차별적 발상…광고에 신중했어야"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유일영 국장은 "최근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김치녀' 현상과 같은 여성혐오적 시각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면서 "어떤 의도로 이런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는지 모르겠으나 이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양산하는 전형적인 성차별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성신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김태현 교수(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역시 "이는 분명한 여성 비하"라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이런 식의 광고에는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앞으로 더욱 면밀하게 검토해 광고를 진행할 것을 브랜드에 협조 요청했다"면서 "전혀 의도치 못한 부분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답했다.

해당광고를 누가, 어디서 주도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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