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책 없는 '개인정보 유출'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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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책 없는 '개인정보 유출' 대책
  • 장애리 기자 apple@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3월 1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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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애리 기자] 40년 간 비행을 한 독수리에게 발톱은 생명을 좀먹는 암(癌)같은 존재다. 발톱이 구부러지고 발바닥 안으로 파고들어 더 이상 사냥을 못하도록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독수리는 구부러진 발톱을 바위에 대고 쳐서 뽑아버린다. 고통을 무릅쓰고 환골탈태에 성공한 독수리는 다시 30년 이상을 하늘을 누비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는 올 초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로 촉발된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우리 사회에 누적된 비정상적인 제도와 관행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대책의 방향은 크게 4가지로 △금융소비자의 권리 보호 및 금융회사 책임 대폭 강화 △금융회사에 관리 책임 부과 △해킹 등 전자적 침해행위에 대한기존 대책 보강 △기제공·유출 정보로 인한 잠재적 피해 가능성 차단 등이다.

하지만 대책이란 말이 무색하다.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안전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정작 소비자 관점의 실질적 대안이나 손해배상 청구, 정보유출에 관한 보상 방안은 빠져 있다.

꾸준히 지적받아 온, 사고를 낸 금융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확인하겠다" "점검하겠다" "노력하겠다"는 모호한 표현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고객으로부터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허술하게 관리해 왔다. 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은 과거 수차례 유사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카드사정보유출, 은행권 해킹사고 등 잇따른 금융권 문제에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당국의 '종합대책' 실효성이 중요한 이유다.

반복되는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금융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조항이든 소비자에 대한 실질적 피해보상 규정이든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관심 있게 제기돼온 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내실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쏟아져 나오는 소비자의 피해를 덜어줄 구체적 피해보상 방안도 나와야 한다. 대책의 정상화를 검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원과 같은 사회적 기구의 설립도 필수다.

올 초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융인들에게 사자성어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언급하며 "신뢰 없이는 금융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본이 바로 설 때에만 발전을 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통을 각오하고 발톱을 뽑아내 재 비상하는 독수리처럼 금융권에도 존립을 위한 강력하고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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