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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 작곡자, 교육자로 1인 3역…백제예술대 박준하 교수

[인터뷰] 정체를 싫어하는 아티스트…강단과 무대에서 열정을 전하다

노오란 객원기자 pro_ntier@naver.com 기사 출고: 2013년 12월 18일 오후 3시 50분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실용음악 열풍이 거세다. 학원과 대학, 대학원까지도 적지 않은 실용음악인을 배출하고 있다. 이 중에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뮤지션’으로 도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습생 시절만 몇 년을 거치는 이들도 상당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은 많다. 원석이 보석으로 탈바꿈하려면 연단과 세공이 필요하다. 99번의 망치질을 견딘 원석도 마지막 한 번의 담금질이 없으면 결코 보석이 될 수 없다. 수많은 원석들을 다듬고 있는 박준하 교수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강타의 ‘Rainbow’, 동방신기 ‘소원’, 소녀시대 ‘It's Fantastic’ 등을 만든 작곡가다. 현재는 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 외래교수이자 K-POP 실용음악학원 원장으로 강단에 서고 있다.
 
너도나도 스타, 이대로 괜찮은가?
 
최근 대중음악계에 불고 있는 ‘오디션 열풍’에는 명암이 있다. 박준하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를 발산하고 노출할 수 있는 터전이 부족했다”며 “가수 이하이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부족했던 모습은 냉정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내공’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하 교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제가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보다는 아이들의 오디션 준비 과정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중 대다수는 스타가 되기를 꿈꾼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망각한 채 부모님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음악 하면 안 된다’, ‘비뚤어진다’는 화살로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박준하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람과 함께 어려운 점도 느낀다. 아이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학생들이 자신의 장단점을 알고 있으면 상담을 진행하기도 편하다. 고쳐야 할 점도 훨씬 잘 받아들인다. 연습량의 문제인데도 자꾸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는 아이들도 있다. 일명 ‘이유’가 많은 아이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문제의 원인을 선생님이 해결해주길 바란다.
 
가르치는 사람은 단순히 노래 하나만 가지고 평가하지 않는다. 학생의 전반적인 분위기,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함께 연구한다. 박준하 교수는 “트로트를 잘할 것 같은 학생이 있다. 그런데 본인은 트로트가 싫고 창피하다고 한다. 자기의 강점은 트로트인데 알앤비, 힙합을 하려고 한다. 이 경우 아이와의 소통이 굉장히 어렵다”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이러한 부분을 진정성 있게 이야기해도 ‘창피해서 못 해요’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음악을 하려는 아이들은 부모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모는 기본적으로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게 된 이유가 전적으로 아이들에게 있지는 않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부모의 판단이 부재한 탓도 있다.
 
박준하 교수는 학원에만 아이를 맡겨 놓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요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학원에서는 아이들을 100% 케어할 수 없다. 박준하 교수는 “방법을 몰라 헤매는 아이들에게 ‘자기주도’를 요구하는 것은 곡괭이를 주고 땅만 파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기 바란다면 아이가 원하는 게 뭔지 우선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하 교수는 음악을 하면서도 충분히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의 학원 수강생 중 한 학생은 반대하는 부모님을 졸라 상담을 받으러 왔다. 이후 학생만 두어 번 더 몰래 학원을 찾았다. 학생은 ‘부모님 반대로 당장 등록은 못하지만 노래하는 게 너무 좋다. 연습만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준하 교수는 당시 그 학생에게 ‘음악이 정말 하고 싶다면 부모님의 요구사항을 먼저 들어드리라’고 했다. 그 학생은 약속대로 성적을 올리고 학원에 등록했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부모의 뜻을 따라 명문대에 진학한 후 자퇴하는 아이들이다. 박준하 교수는 “이런 결과를 원치 않는다면 부모님들이 자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하려 들지 말고 본업인 공부에 힘써야 한다. 공부는 기본 소양을 쌓는 일”이라며 “이젠 한국 노래가 옛날처럼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내가 만든 곡들도 해외에 진출해 저작권료를 지급받고 있다. 뮤지션들도 점점 외국으로 나갈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이때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거나 기본 소양이 부족하면 한계점에 부딪힌다. 공부는 인성을 뒷받침하는 도구다. 음악 하는 사람이 무식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곡가는 단순히 노래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박준하 교수는 현재까지 많은 가수의 노래를 만들었다. 작곡가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는 연주자로 오래 활동했다.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시 한번 알을 깨고 나온다’는 심정으로 이겨냈다. 박준하 교수는 연주자로 살 때도 행복했지만 작곡가가 되어 많은 가수와 작업하며 또 다른 기쁨을 느낀다.
 
작곡가는 단순히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수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캐치하고, 녹음 때 좋은 컨디션을 책임지는 것도 작곡가의 몫이다. 박준하 교수는 “모 아이돌 그룹과 곡 작업을 한 적이 있다. 그 팀은 대형 기획사에서 몇 년 동안 연습생을 하다가 높은 경쟁률을 뚫지 못하고 작은 회사로 옮겨온 아이들이었다. 멤버들 스스로 ‘패배자’라는 생각이 깊어 그 두려움을 떨쳐 주기가 어려웠다”며 “좋은 음악은 아티스트의 실력만 가지고 완성되는 건 아니다. 작곡가, 매니저 등 스태프들이 호흡을 같이 해야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박준하 교수는 “만든 곡 중에 소녀시대의 ‘It's Fantastic’이라는 노래가 있다. 소녀시대가 일본 투어공연을 할 때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곡이다. 무대를 보면서 스스로 자랑스럽기도 했고 아직 부족한 게 많아 부끄럽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소녀시대 멤버 중에서는 제시카와 티파니를 좋아한다. 제시카는 작곡가로서 욕심나는 보이스를 가졌다. 티파니는 아이돌 같지 않은 느낌이 있다. 그 밖에도 샤이니, 동방신기 등과 함께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요즘 아이돌은 예전 립싱크가 만연하던 시절과는 다르게 노래를 잘한다. 춤까지 추면서 라이브로 완벽한 노래를 소화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박준하 교수는 “작곡가로서 이들을 지켜보면 ‘인간 승리’에 가깝다. ‘인간 승리’를 했기 때문에 스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하 교수는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잘 표현해주는 가수들이 있다. 내겐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그렇다”고 전했다. 동방신기 4집 ‘미로틱’ 스페셜에디션 앨범에는 박준하 교수가 작업한 ‘소원’이라는 트랙이 있다. 동방신기의 창민과 준수,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려욱이 참여한 곡이다. ‘소원’은 원래 ‘미로틱’ 정규 앨범에 수록될 곡이었다. 박준하 교수는 편곡만 7~8번을 거치며 심적으로 지치게 됐다. 그는 잠깐 쉬고 싶어 작업을 미뤘고 ‘소원’은 결국 정규 앨범에 실리지 못하게 됐다. 그는 ‘소원’을 완성하고 나서도 너무 자신만의 스타일이 강해 우려가 깊었다. 박준하 교수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편곡을 맡기고 녹음에 참여했다. 그는 녹음실에서 규현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 ‘이 노래가 이렇게 감동적으로 들릴 수 있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박준하 교수는 “작업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음원은 작곡, 편곡, 녹음 등 음악의 모든 공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대중들에게 각 과정에서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달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소원’ 일화는 아무 것도 가공하지 않은 ‘소리’에 대한 추억이다. 그는 “음악도 과정이 즐거워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래야만 대중들도 그 음악을 즐겁게 듣게 된다”고 전했다.
 
박준하 교수는 연주자, 작곡가를 넘어 교육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제 싱어송라이터로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정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체되면 먼지가 쌓이고 물이 고여 썩게 된다. 한 곳에 머무는 게 싫어 2년마다 이사를 다닐 정도”라고 말했다. 박준하 교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음반은 현대적인 사운드로 구상 중이다. 선후배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작곡가로서의 행보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박준하 교수는 다른 가수들 곡 작업과 더불어 어렵게 음악 하는 후배들을 위한 무대도 생각 중이다. 그는 “앞으로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음악이 나를 위한 행복의 도구였다면 지금은 그 행복을 느끼며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음악인 ‘박준하’의 꿈,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어
 
현재 박준하 교수가 몸담고 있는 백제예술대학교 미디어음악과는 ‘K-POP 보컬’, ‘싱어송라이터’, ‘뮤직 테크놀로지’ 3개 분야가 있다. ‘뮤직 테크놀로지’는 아직 생소한 단어지만 쉽게 말해 ‘컴퓨터 작곡’이다. 컴퓨터나 미디를 활용해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뮤직 테크놀로지’는 작곡에 그치지 않고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그 사운드를 구현하게 된다. 미디 작·편곡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우지만 대학원 과정처럼 어렵지는 않다.
 
‘K-POP 보컬’은 실전 중심의 워크숍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워크숍에서 무대를 계속 경험하고 교수진의 심사를 받는다. 오디션과 비슷한 교육과정이다. 박준하 교수는 “처음에는 가만히 서서 노래만 하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무대와 하나가 된다. ‘K-POP 보컬’은 아이들에게 ‘내 음악은 이렇게 해야겠다’는 중심을 잡아준다”고 전했다. ‘K-POP 보컬’에서는 레코딩 수업도 진행된다. 레코딩 수업은 목소리에 대한 차이를 인지시켜 불필요한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박준하 교수는 “평소엔 잘 하다가 녹음실에만 가면 ‘울렁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있다. ‘녹음실 울렁증’은 자신이 말하는 목소리와 남이 듣는 목소리가 달라서 오는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싱어송라이터’는 연주, 보컬, 작곡을 아우르는 교육과정이다. 박준하 교수는 “내가 연주자, 작곡가를 거쳐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음악 시장에서 싱어송라이터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하 교수는 “지금까지는 아이돌의 지분이 컸지만 이제는 자기 음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약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엄격하다. 아이들이 ‘싱어송라이터’ 과정을 마치고 나갔을 때 덜 다치고 빨리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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