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서희태
상태바
지휘자 서희태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12월 05일 08시 21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토벤 바이러스' 실제 주인공…"대중과 소통하는 즐거운 공연 목표"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클래식은 기자에게도 낯설고 어렵다.

서희태 지휘자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괴팍한 주인공 '강마에'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인물. 혹 말실수라도 했다간 "똥.덩.어.리" 핀잔이 날아올까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기우도 잠깐, 직접 마주한 그는 예민한 예술가보다는 편안한 '힐링 멘토'에 가까웠다.

클래식은 어렵고 따분하다는 편견을 넘어 관객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열정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말한다. 

'서마에'와 함께라면 클래식도 놀이처럼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금세 들만큼, 긍정의 기운이 넘쳐났다.

◆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공연"

Q.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의 모델로 유명하다. 실제로는 어떤가.

== 난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가족들은 다 나더러 비슷하다고 하더군요.(웃음) 실제로는 그렇게 단원들에게 무섭거나 괴팍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잘 지냅니다.

Q. 클래식과 창조경영을 접목, 삼성사장단 등 CEO를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을 하고 있는데.

== 많은 경영자들이 스스로를 지휘자라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리더십을 통해 단원(직원)들을 이끌어가야 하죠. 각자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모여서 한계와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의 음악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경영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역시 미래 기업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직을 닮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영 방식을 모색하는 기업CEO들과 제가 신선한 지혜를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는 7일, 4번째 '놀라온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 '놀라온'은 순수 우리말인 '놀자', '라온(즐거운)'의 합성어입니다. 말 그대로 '클래식과 함께 즐겁게 노는 오케스트라와 콘서트'죠. 음악 소비자들과 어떻게 접점을 넓혀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너무 어렵기만 한 음악을 감상하면 재미를 얻기도 전에 지쳐버리죠. '클래식을 들어줘야 지식인'과 같은 인식에서 의무감으로 들으면 졸리는 게 당연합니다.

즐길 준비가 돼있어야 공부를 하게 되고 또 공부한 만큼 들리고 보이게 되니 지루할 틈이 없게 됩니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싶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그런 관객들이 찾아와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콘서트입니다.

Q. 아직 '클래식은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 우리는 관객을 '감상하는 위치'에만 두지 않고 함께 호흡합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연주자들의 드라마틱한 입장, 뮤지컬 같은 오페라 무대 연출, 관객들과의 대합창 등을 골고루 준비합니다. 첫 공연, 두 번째 공연 모두 매진을 이어갈 만큼 호응이 좋고 마지막에 모두가 일어서서 함께 춤을 출 정도로 현장 분위기도 뜨겁습니다.

Q. 클래식 공연에서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크지 않나.

== 최근들어 '콜래보레이션'으로 많이 시도되고 있지만 터부시하는 면이 남아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중음악도 금세 잊혀지는 게 있는가 하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곡들이 있습니다. 가령 이문세의 노래처럼. 시간에 묻히지 않고 향수를 자극하는, 결국 그런 음악들의 집합이 '클래식'이 아닐까요.

김치는 묵은 것도 있고 겉절이도 있습니다. 클래식은 김장김치 같은 음악이죠. 300~400년의 시간을 거치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소수의 음악. 그래서 저는 클래식은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살아남은 음악'이라고 표현합니다. 사실 교육적인 목적이나 정서치유의 목적으로도 많이 들려져야 하는 음악입니다.

   
 

◆ "자기의 능력 어디까지인지 아무도 몰라"

Q. 10년째 아내와 함께 자선 콘서트를 열고 있다.

== 사실 7일 예정된 콘서트는 4번째 놀라온 콘서트이자 10번째 자선 콘서트라 특히 의미가 깊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곧 IMF사태가 벌어졌고 6~7년 혹독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이름을 알리면서 경제적 안정을 찾아갈 무렵 아내가 '재능 십일조'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요즘 말로 '재능 기부'죠. 일년에 한번 정도는 우리 힘으로 음악회를 만들어 음악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에게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Q. 중증장애인 단체를 10년째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 첫 자선콘서트 당시 주몽재할원과 연이 닿았고 지금도 그 인연을 지키고 있습니다. 클래식 공연 무대는 조명도 의상도 참 화려합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평생에 한번도 보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로 공연장에 올 수 조차 없는 아이들을 초대하자고 생각했었죠. 공연비용을 모두 자비로 충당하고 집에서 아내와 함께 수백 개의 선물을 일일이 포장하면서도 참 행복했습니다. 또 해마다 재활원을 직접 찾아가서 공연을 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우리의 방문을 알고 기다립니다. 의사표현 조차 할 수 없는, 혹은 팔이 없는 그 작은 아이들이 우리가 온다는 것을 알고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결코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십 년을 채웠으니 또 한 곳의 단체와 더 인연을 맺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후원자들이 생기면서 공연도 더 풍성해지고 또 그러다 보니 티켓판매 수익으로 공연비를 충당하고 기부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방송에 출연하는 등 '멘토'로서의 활약도 대단한데.

==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하면 열정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평생을 바쳐도 시간과 정열이 아깝지 않은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릴 때 글 쓰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못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국어시간, 선생님이 책 읽기를 시킬까 봐 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책도 쓰고 대기업 CEO들 앞에서 강연도 합니다. 한 사람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찾아내고 할 수 있는 만큼 적극 개발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클래식 초보에게 팁을 준다면.

== 내가 원하는 공연을 직접 선택해보세요. 졸리지 않을까 박수는 언제 쳐야 할까 하는 걱정은 내려놓고. 처음부터 초대권을 가지고 가는 공연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초대권을 남발하지 않아도 정말 좋은 공연에는 빈자리가 없게 마련입니다. 공짜로 생긴 기회가 아니라 내가 직접 고른 공연을 보면 관심도 높아지고 스스로 공부해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 서희태 지휘자는?

빈시립음악대학대학원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헝가리 궤르시립교향악단 지휘자, 클로스터노이부르크성당 솔리스트, 성카피스트란성당 솔리스트 등을 거쳤다.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얼터이엔티 지휘자 겸 예술감독,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서희태의 클래식토크 베토벤 바이러스', '대한민국 CEO를 위한 클래식 아트 경영'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