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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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10월 14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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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시장 세계적 수준 진입위해선 소비자중심 패러다임 필요"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흐트러짐 하나 없이 깔끔한 연구실, 여성스러운 목소리와 우아한 옷차림까지. 첫인상은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보지 않았을 것 같은 '사모님'이다.

그러나 문정숙 교수는 "첫인상과 달리 알고 보면 머슴처럼 일을 많이 한다"며 웃는다.

'유리천장'을 뚫고 여성진입장벽이 유난히 높은 금융권에서 이름 난 여성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문 교수는 우리 금융시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소비자 중심의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한다.

◆ "금융시장에서 소비자 이슈는 블루오션"

Q. 소비자 보호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당시에는 생소한 분야였을 텐데요.

== 1982년 미국 유학 당시 소비자 관련 교과목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1세대 소비자경제학 전공 교수가 됐음에도 당시 국내에서는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우리 사회가 생산자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소비자 중심의 경제구조로 변화함에 따라 소비자 보호에 대한 학문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상품 선택의 어려움, 허위과장광고의 범람 등 소비자들이 맞닥뜨리는 피해가 커지면서 학문의 역할이 함께 커진거죠.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수요자 중심의 경제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Q. 내년 3월부터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가 소비자경제금융학과로 바뀐다고 들었습니다.

== 지금 금융시장에서 소비자 이슈는 블루오션과도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 심화, 정보통신 기술 발전, 소비시장의 확대 등으로 소비자보호 필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기존 금융학과들의 교과과정이 공급자나 판매자 중심의 커리큘럼이었다면 우리는 소비자 중심에서 커리큘럼을 만듭니다. 금융과 소비자를 통합적으로 전문화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함이죠.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야간 강좌이며 향후 직장인들을 위해 온라인 강의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특히 전문대학원은 학부와 달리 남학생도 입학 가능합니다.

Q. 소비자경제금융학과를 졸업한 이후의 진로는 어떤가요.

== 최근에는 소비자담당임원이 생겨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소비자전문인력에 대한 필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경제금융을 공부한 이후에는 일반회사에서 소비자상담 및 교육 업무,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보호나 소비자금융교육 등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 및 소비자단체에서 소비자 정책 수립과 관련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권의 일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만큼 섬세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이 요구됩니다. 이런 부분에서 여학생들이 금융권에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소비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공부가 필요"

Q. 금융소비자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 지금까지 금융시장에서의 정책이나 관행은 공급자나 판매자에 치우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키코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의 문제를 겪었고 많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도 어렵습니다. 또 글로벌 금융의 추세도 점차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우리 금융사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소비자 중심의 금융정책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정보화와 맞물려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피해가 일상으로 침투했으며 관련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비자 피해가 광범위해지고 그 심각성도 커지는 만큼 발빠른 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Q.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소비자보호처장을 지내면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 당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련된 기본 틀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고 금융시장의 관행과 제도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일에 중점을 뒀습니다. 또 금융교육 표준안을 만들고 생애주기에 따른 금융교육에 관련된 프로그램 수립, 금융소비자를 위한 효율적인 분쟁조정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Q. '워킹맘'과 '여성리더'로서의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내게도 이 부분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첫인상과 달리 일 중심적인 사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일과 가정을 모두 유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하는 편이죠. 완벽주의자라기 보다는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힘이 많이 들지만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일만큼이나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문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성인력의 활용이 중요시되고 노령사회를 대비한다는 측면을 생각한다면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또 여성인력의 활용을 위해서는 보육 문제 등 국가가 뒷받침 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죠.

Q.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해야 하는 노력이 있다면요.

== 정부는 금융교육에 관한 국가적 전략을 세워 보다 효율적인 금융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소비자 담당 부서를 마케팅 부서에 두지 않고 별도의 관심을 갖고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의 역할도 특히 중요합니다. 금융은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일반 소비자가 정확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가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의 돈을 관리하는 부분인 만큼 이를 등한시 하지 않고 금융교육을 받을 정도의 적극성이 요구됩니다.

◆ 문정숙 교수는?

미국 캔자스주립대학교 대학원 소비자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금융교육국제네트워크 자문이사, 금융감독원 소비자서비스본부 본부장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소비자보호처장을 지냈다. 2002년에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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